▲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사고 처벌이 강화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6년째인 가운데, 스쿨존에서는 사고가 계속 잇따르며 가정의 달인 5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가 거의 통행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30㎞로 일괄 제한하는 현행법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2일 도로교통법 12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9인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살펴보고 있다.
도로교통법 12조 1항은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도로 일부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동차 등의 통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대부분 초등학교 인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설정돼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24시간 시속 30㎞ 제한이 적용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채다은(변호사시험 4회)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예외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설정이 헌법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채 변호사는 지난 1월 17일 오전 4시 41분께 시속 48㎞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갔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는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며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담당 판사에게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의 통행도 드문 심야·새벽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의 운행속도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지 여부다.
채 변호사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 “아무런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은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 변호사는 “미국·영국·호주는 원칙적으로 평일 등하교 시간에만 스쿨존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어린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한해 속도제한을 두고, 어린이들이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 및 등교 전, 귀가 후에는 속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입법할 수도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주말과 야간, 방학 기간에 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우재준 의원 대표발의)이 상정돼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도로교통법 12조 1항이 헌재의 정식 판단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2월 한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청구 기간을 넘겨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