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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적정 통관 절차 어긴 구매대행업자는 밀수입으로 처벌"
  • 백지나 기자
  • 등록 2025-05-07 1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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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품 가격 허위 신고해 13억 어치 ‘직구’ 판매…징역형에 21억 추징

▲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구매대행업자가 적정한 통관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물품을 국내로 반입했다면 밀수입자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약 21억원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영국에서 의류 등 물품을 구매해 국내로 배송하면서 실제 가격이 미화 150달러를 초과하는 물품 등을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150달러 이하의 물품인 것처럼 허위 신고해 밀수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해당 기간 밀수입한 횟수는 총 824회, 물품원가 합계는 약 13억원, 시가는 약 21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물품을 수입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다만 자가사용 물품이거나 면세되는 상용견품 중 물품 가격이 미화 15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통관목록을 제출함으로써 수입 신고를 생략할 수 있는데, A씨는 이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약 21억원을 명령했다. 1심은 "이 사건 밀수입 횟수와 기간, 밀수입한 물품 가액의 규모 및 관세 포탈액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했고, 초범"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매대행 과정에서 일어난 범행으로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실제 얻은 이익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세관으로부터 부과받은 체납세액을 분할납부를 통해 성실히 납부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항소하면서 자신이 '구매대행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세법이 규정하는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관세법은 '신고 없이 물건을 수입한 사람'을 밀수꾼으로 보고 처벌한다. 즉, 자신이 세관 신고를 직접 책임질 물품의 주인이 아니었고 실제 수입한 사람도 아닌 단순 구매를 대행해주는 사람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은 A씨가 실제로 해외 물건을 국내로 들여오는 모든 과정인 구매·포장·배송·통관을 주도했고, A씨 스스로 가격 결정·배송 관리·교환·환불까지 책임졌으므로 형식적으로 구매대행이라 부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A씨가 수입자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주된 취지는 수입 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절차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며 "관세수입의 확보는 부수적인 목적에 불과하므로 그 처벌 대상은 '통관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입 행위 자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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