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국내 로펌들이 앞다퉈 노동사건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주요 로펌들은 노조법 개정에 대비해 노동 담당팀 확대 및 재편, 노조법 전담 태스크포스(TF) 신설에 나섰다.
이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하청 업체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대기업 등 원청 기업은 많게는 수백 곳에 달하는 하청 업체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 분규가 늘어 기업의 법률 자문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에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노란봉투법 전담 TF’를 신설했다. 율촌은 이미 한 대기업에서 원청 기업이 점검해야 할 주요 위험 요인들에 대한 문의를 받고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달 안경덕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기존 노동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팀을 형사팀과 송무팀이 지원하도록 노동 사건 담당 조직을 보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박화진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소속 변호사와 고문 40여 명으로 구성된 ‘새 정부 정책 TF’도 운영 중이다.
노동 사건 전문 변호사는 “통상 진보 정권 때 노조의 힘이 세지는 데다, 이 대통령이 노조법 개정을 약속까지 한 상황”이라며 “대형 로펌들을 중심으로 전관 영입 등 노동 담당 조직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대통령 공약인 ‘주 4.5일제 도입’도 로펌들이 노동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4.5일제’를 주장하지만, 기업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노사 분규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 기업의 대표에 대한 엄벌 기조가 유지되는 것도 기업들이 로펌 노동팀을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 눈치에 선뜻 전관 영입을 추진하지 못하는 로펌도 있다고 한다. 현 변협 집행부가 노무사·세무사 등 법조 유사 직역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무작정 노동부 출신 공직자들을 영입할 경우 변협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