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시각장애인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결정하고 이를 조정해달라는 근로자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은 사업주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회재활교사 A씨가 장애인 공동주거시설을 운영하는 경북 포항의 한 사회복지법인 B재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지난 7월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업무지시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법한 업무지시이고, 원고가 이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하는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으로 홀로 딸을 양육해온 A씨는 2019년 1월부터 B재단 시설에서 사회재활교사로 근무해왔다. 오전 11시부터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오후 8시까지 근무하고, 시간외 근무로 오전 9∼11시 요일을 정해 근무했다.
A씨는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육아휴직을 했는데, B재단은 휴직기간 만료를 앞두고 A씨에게 '오후 4시부터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근무하고, 시간외 근무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육아휴직 전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받아 왔는데, B재단은 복직을 앞두고 'A씨의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출근한 이후에 근로지원인 채용에 관해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A씨는 휴직기간 만료일까지도 근무시간에 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휴직기간 이전 근무시간과 같은 시간에 출근했지만 시설장은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을 저지했고, 재단은 A씨에게 '정당한 사유를 제출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시간에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을 했다'는 경고장을 18차례 보낸 뒤 면직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업무지시에서 원고가 오후 9시∼새벽 1시 처리할 업무로 제시된 내용은 시설 정리, 일지나 계획서 작성 등으로 입소자 돌봄이나 식사 준비 등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해당 시간에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지시에 따른 근무시간은 대부분 원고가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과 중복된다"며 "특히 퇴근시간인 새벽 1시는 대중교통의 이용도 불가능하며,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의 이용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1심은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원고가 해당 근무시간에 반드시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볼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이 사건 업무지시는 원고가 이 시설 시설장을 입소 장애여성 추행으로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고의 복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1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과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