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가운데)이 곽은석 대한법률구조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박종항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변호사 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e-뉴스 25=백지나 기자] 법조계의 대표적 공공기관이자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률구조·복지서비스 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김영진)이 이례적으로 노사, 노노 간 협약을 통해 자발적인 연봉 감액에 합의해 눈길을 끈다.
과거 공단은 처우 개선, 인력 충원을 비롯해 직제 개편과 운영까지 여러 사안에서 노사 갈등을 빚는 등 긴장 국면에 놓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신임 이사장 취임 후 노사가 힘을 기울여 조직 문화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률구조공단은 15일 대한법률구조공단 노동조합 위원장, 소속변호사 노조위원장, 이사장이 함께 '노사·노노 화합 선언식'을 열고 전 직원 연봉 감액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 합의는 변호사 노동조합의 임금 감액 합의 후 공단 노조 투표에 조합원의 약 90%가 참여해 86% 넘게 찬성하면서 이뤄졌다.
이번 합의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직원 전체가 희생을 분담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노사 대화합을 통한 체질 개선과 공공서비스 혁신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자리라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직무·성과중심 보수체계 개편을 노사가 합의해 부분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공단의 자구 노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공단은 평가했다.
공단은 임금 삭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4년 만에 공개 채용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좁은 취업문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해 사회적 책무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함께 실현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이러한 재원은 누적된 퇴직적립금 고갈로 재무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공단 재정의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공단 측은 기대했다.
김영진 이사장은 이날 노사·노노 화합 선언식에서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희생해 책임을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성의 실천"이라며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법률복지 개선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법률구조공단은 일반·사무직 노조와 변호사 노조가 양립하며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최근 상호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곽은석 공단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려운 선택이 있었기에 오늘의 합의가 가능했다"며 "노사와 노노가 갈등을 넘어 연대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종한 변호사 노조 위원장도 "이번 단체협약은 희생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국민에게 더 나은 법률복지를 제공하는 과정이라는 데 모두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공단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노노·노사 갈등 이미지를 불식하고 국민의 법률복지 서비스 개선과 확장을 위해 다양한 혁신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