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몇 해 전 연세대를 졸업한 직장인 A(30)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법학적성시험(LEET)을 봤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 서울' 로스쿨에 합격하지 않는 이상 기존 직장을 계속 다니겠다고 다짐했지만, 생각을 바꿔 이번엔 지방의 로스쿨 두 곳에 원서를 냈다.
"이 정도면 턱걸이로라도 붙을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지원한 서울 소재 로스쿨 두 곳에서 모두 낙방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는 '그래도 스카이를 나왔는데' 하는 마음에 서울권 로스쿨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해가 갈수록 경쟁자가 많아지고 나이도 들면서 결정을 바꿨다"며 "지금은 하위권이라도 로스쿨은 로스쿨이고, 변호사가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하위권으로 꼽히는 로스쿨에서도 신입생 3명 중 1명은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를 희망하는 학생과 직장인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SKY 출신 수험생들이 눈을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제주·동아·원광·영남대 등 5곳 로스쿨에 올해 입학한 신입생 310명 가운데 SKY 출신은 31.0%(96명)로 집계됐다.
40%를 기록한 원광대가 이들 로스쿨 중에선 SKY 출신 신입생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영남대(36.5%), 동아대(32.1%), 강원대(30.2%), 제주대(6.8%) 순이었다.
단순 신입생 수로만 보면 동아대와 영남대가 27명으로 최다였다. 원광대는 26명, 강원대는 13명, 제주대는 3명이었다.
지방의 전체 로스쿨로 범위를 넓힐 경우 SKY 출신 신입생의 비율은 더 높아져 4명 중 1명꼴이었다.
총 11곳의 지방 로스쿨 신입생 972명 중 38.9%인 378명이 SKY에서 학부를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대(59.1%·78명), 경북대(56.1%·74명), 충남대(53.6%·59명)의 경우 절반이 넘는 신입생이 SKY 출신이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지방권 로스쿨로까지 몰리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 더욱 뚜렷해진 전문직 선호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공계 최상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과 마찬가지로, 인문·사회 계열을 전공한 이들은 지방이라도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학적성시험 응시 지원자 수는 최근 5년간 경신을 거듭해 2025학년도에는 역대 최다인 1만9천300여 명을 기록했다. 로스쿨 도입 첫해인 2009학년도(1만여 명)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지방대 로스쿨에마저 SKY 출신이 대거 입학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경숙 의원은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법조인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진 로스쿨 제도가 기존 학벌 구조를 고착화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로스쿨 선발제도의 전반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