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헌법소원 선고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집·채용 시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앞서 신한은행 인사·채용 담당 직원들은 부정채용과 관련해 업무방해 및 고령자고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1월 일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은 2022년 6월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유력 재력가, 금감원 직원 등 은행 영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지원 사실을 전한 지원자를 ‘특이자’, 임직원 자녀들을 ‘임직원 자녀’ 등으로 분류하고 명단을 관리해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부정 합격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원자 연령이 ‘자체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 서류 단계에서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이들은 2021년 2월과 6월 항소심 과정에서 업무방해, 고령자고용법 관련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같은 해 12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형법 314조 1항은 ‘사람의 신용을 훼손하는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고령자고용법은 벌칙규정에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헌법재판관들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조항에 대해선 전원일치 의견으로, 고용상연령차별금지법 및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대해선 합헌 7, 위헌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업무방해죄에 대해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령자고용법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은 ‘능력에 따른 대우’에 반한다는 점에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를 토대로 고령자고용법의 입법 목적, 연령차별금지의 핵심 내용, 법 조항의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하면, 해당 조항은 자의적 법 집행을 막을 정도로 충분히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벌칙 규정이 고용에서 사업주의 재량을 과도하게 제한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의해 사용자 또는 인사권자는 계약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나 연령으로 인한 차별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만 제한돼 그 제한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반면 이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고용의 영역에서 차별 금지 및 실질적인 균등 기회 부여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므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상환·김복형 재판관은 형사 처벌 조항에 비해 “사업주가 근로계약과 관련해 갖는 의사결정의 자유는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해당 조항에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어떻게 해석될지 사업주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재판에서 법관이 해당 문구를 보충 해석하는 것도 어려우며, 판례 역시 부족하다는 점을 위헌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형벌규정으로서 국민에게 명확한 행위 기준 혹은 지침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집행기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넓은 재량 여지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