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지원 교수와 김현욱 의대생.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e-뉴스 25=백지나 기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간세포암 환자의 간이식과 간절제술 중 최적 치료법을 제시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모델을 개발했다.
한지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 김현욱 가톨릭의대 의학과 학생(본과 4학년, 제1저자)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간이식은 암 자체를 제거하면서도 기저 간기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때문에 절제술 대비 재발이 적지만 공여자 부족으로 모든 환자가 이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간 기능이 좋고 단일 종양이며 위치가 좋은 경우에는 간절제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제까지는 국제 지침에 따라 간이식과 간절제술 여부를 환자의 응급도와 기증자의 조건 등을 근거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경계선에 위치한 회색지대 환자의 경우에는 임상적 의사결정이 복잡해 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정확하게 선별하도록 돕는 도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중앙암등록본부와 서울성모병원 데이터를 활용해 총 4529명 (유도 코호트 3915명, 외부 검증 코호트 614명)의 대규모 환자군을 후향적으로 분석했으며 총 30개 변수(인구통계학적 요인, 임상 특성, 종양 관련 변수 등)를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별 적합도를 평가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성능 평가지표인 곡선하면적(AUROC)으로 평가한 결과, 간이식의 경우 데이터를 분류하는 최적의 경계를 찾는 지지벡터머신(SVM) 모델의 정확도는 82%, 간절제술에서 이전 예측의 오류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며 여러 결정 트리를 결합하는 캣부스트(CatBoost) 모델의 정확도는 79%를 기록했다.
모의 분석 결과 기존 임상적 결정과 비교하면 모델의 권고에 따른 치료는 사망 위험을 54%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 역시 매우 높았다.
이번에 개발된 AI 의사결정 지원 모델은 향후 기존 가이드라인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선상 환자군에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향후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겠으나 다양한 변수를 종합 분석해 환자별 위험도를 평가해 생존률을 향상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연구모델은 기존 간이식 환자의 74.7%를 간절제술로 재분류했고, 간절제술 환자의 19.4%에게만 간이식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한된 자원 문제와 직결되는 이식 질환 특성상, 공여 장기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여 꼭 필요한 환자에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환자 개인의 예후를 개선하면서도 사회적 차원의 효율성까지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간암 치료에 정통한 의사과학자 교수의 지도하에 재학 중인 의과대학생이 도출한 성과인 만큼 '미래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는 차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한 교수는 "의대생이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멘토링과 학생의 뛰어난 연구 역량이 결합 된 성과"라며 "앞으로도 환자의 치료 뿐 아닌 AI술과 임상 지식이 융합된 차세대 의료진을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연구 성과는 지난 5월 개최된 'The Liver Week 2025'에서 우수구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 (Impact factor 9.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