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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뉴스 25=백지나 기자] 의뢰인 요청을 받고 경찰서 유치장에 휴대폰과 진통제를 몰래 반입한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다만 휴대전화는 유죄로 약물 주사기는 무죄가 확정됐다. 변호사에게 진통제를 건넨 의뢰인의 부인 역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은 변호사 A씨에게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4월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던 C씨의 변호인으로서, 반입이 금지된 물건들을 그에게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C씨로부터 "통화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A씨는 경찰관을 속이기 위해 가져간 휴대폰 2대 중 1대만 제출한 뒤 접견실에 올라갔다.
C씨의 부인인 B씨와 공모해 반입 금지 약물을 두 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B씨가 약물을 넣은 주사기를 헝겊 파우치에 담아 준비하면, A씨가 이를 접견실에 들고 들어가 C씨가 투여할 수 있게 하는 식이었다. 이들의 범행은 두 번째 약물 전달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발각됐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이들이 '위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두 사람은 "적극적인 은폐 없이 감시와 단속을 피해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불과하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판례에 따르면, '위계'는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킬 수준이어야 한다.
1심은 두 사람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은 그러나 약물 반입 행위는 위계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경찰관이 CCTV로 접견 상황을 제대로 관찰했다면, 접견실에서 파우치가 오가는 장면을 적발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였다.
재판부는 "휴대폰을 제출하라는 고지를 받고 1대만 보관해 마치 더 이상 소지하지 않은 것처럼 적발을 교묘하게 회피한 건 위계를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며 "반면 약물반입 행위는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위계를 사용해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항소심에서 A씨는 감형되고, B씨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