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국가유공자 유족에게 매달 지급되는 보상금의 우선권을 특별한 조건이 없으면 자녀 중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주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0일 국가유공자법 13조 2항 3호 중 관련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국회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헌재의 결정 취지를 고려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국가유공자법은 배우자, 자녀, 부모 순으로 매달 지급되는 보상금 우선권을 인정한다. 통상 유공자와 배우자가 모두 숨진 뒤 자녀가 여럿일 때 수령권을 두고 다툼이 발생한다.
국가유공자법 13조 2항에 따라 유족 간 협의가 없으면 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자녀가, 유족 간 협의도 없고 부양의 정도가 비슷하면 나이가 가장 많은 자녀가 우선권을 갖는다. 이 조항은 월 보상금뿐 아니라 생활조정수당, 사망일시금 등 각종 보상 체계에 전부 적용된다.
헌재는 이중 나이가 가장 많은 자녀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가 있을 수 있는데 연장자 우선 조항은 개별적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이 많음을 선순위 수급권자 선정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재정상 한계로 인해 각종 보상의 총액이 일정액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 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보다 큰 자녀에게 보상을 지급한다면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가의 과도한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자녀의 생활 수준과 경제적 능력은 재산과 소득을 고려해 등급으로 환산될 수 있다"며 "이런 등급에 따라 국가유공자법상 보상을 지급하는 것에 절차상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당사자인 A씨는 국가유공자의 둘째 자녀로, 부모가 모두 숨진 뒤 보상금 수령권을 두고 인천보훈지청과 소송을 벌였다. A씨는 상고심 단계에서 근거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했고 대법원이 작년 6월 이를 받아들이면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국가유공자법 13조 2항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결정하거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