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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알코올 중독 의심 피의자 치료감호 요청 않으면 위법"
  • 백지나 기자
  • 등록 2025-01-15 11:32:19
  • 수정 2025-01-15 16: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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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심, '치료 필요' 의료진 소견에도 양형조사 미실시
  • 습관적 음주운전자 징역형에…대법 "치료감호 판단했어야"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e-뉴스 25=백지나 기자] 대법원이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 필요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제주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A씨는 무면허 상태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음주운전을 하다 세 차례 적발됐다. 세 번 모두 혈중알코올농도 0.2%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 2023년 4월에는 주차된 차를 들이받은 뒤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채 도주하기까지 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8개월, 인적사항 미제공 혐의에 대해 구류 20일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 음주운전의 원인이 된 알코올 장애를 충분히 고려해 치료감호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범죄 전력, 범행 내용, 건강 상태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은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 필요성에 대해 정신감정을 하는 등 충실한 심리를 해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가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치료감호법의 목적에 따른 재량의 내재적 한계가 있다”며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과 치료 필요성에 관한 구체적 사정이 명백하게 확인됐는데도 그러한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치료가 필요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치료감호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특히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받아 판단했다는 점에서 치료감호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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