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능성소재부품연구그룹 정영규 수석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이지언 학생연구원, 권용중 선임연구원, 정영규 수석연구원.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e-뉴스 25=백지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채소와 과일의 숙성에 영향을 미치는 에틸렌 정밀 감지기술을 개발했다. 1ppm(100만분의 1농도) 미만 저농도 에틸렌도 장기간 감지가 가능하 며, 저장과 유통 단계에서 농산물 폐기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식품 저장 및 유통 단계에서 에틸렌을 감지해 농산물 폐기량을 줄일 수 있는 센서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생기원 기능성소재부품연구그룹 정영규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에틸렌 감지 센서(Ni₅–ZnO 센서)’는 장시간 사용해도 정밀 측정이 가능하다.
에틸렌은 식물 생장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호르몬이다. 농도가 0.1ppm 이상 올라가면 과일·채소의 숙성이 촉진돼 품질이 저하된다. 상용화된 에틸렌 센서는 전기화학식이나 GC(가스크로마토그래피) 방식이다.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싸 농가 등에 널리 보급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반도체식 센서의 경우에도 고온에서 작동해 장기간 사용하기에는 안정성이 낮고 에틸렌처럼 반응성이 약한 물질의 선택적 감지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아연 산화물(ZnO) 센서 소재 표면에 니켈(Ni)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용출하는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촉매 용출법은 센서 소재 물질 내부에 있던 특정 금속 원소를 밖으로 끌어내 초미세 나노입자로 만드는 기술이다. 용출된 니켈 나노입자는 아연 산화물 센서에 강한 결합으로 고르게 분포돼 장시간 에틸렌만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험 결과 니켈 용출법을 적용한 센서는 30일 간의 장기간 테스트에서도 성능저하 없이 1ppm 미만 초저농도 에틸렌까지 감지했다. 용출된 니켈 나노입자가 20~30㎚ 크기로 균일하게 성장해 에틸렌 감지 정밀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식품 부패 시 발생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트리메틸아민 등 방해 가스 간섭 없이 에틸렌만 선택적으로 감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니켈이 ‘화산 분화구(또는 소켓구조)’ 모양으로 센서 소재 표면에 강하게 고정돼 있어 고온의 센서 동작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으로 에틸렌 감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발된 센서는 상대 습도 80% 이상의 환경에서도 감도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해 저장·유통 현장에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영규 수석연구원은 “감지가 어려웠던 에틸렌 가스를 장기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반도체식 센서를 개발했고 제작비용까지 저렴해 곧바로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현석 수석연구원은 “물류창고 등 과실 저장 시설 현장에 에틸렌 센서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실용화 연구를 공동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기원 내부사업인 ‘빅이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재료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2월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