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RISS 연구자가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RISS 제공)
[e-뉴스 25=백지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웹 서버를 통해 원격으로 양자컴퓨팅에 접근하고, 사용자의 수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시스템 클라우드’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지난 12일 대전 본원에서 개최된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한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연했다.
고전 컴퓨터가 0과 1중 하나의 상태를 갖는 비트(Bit)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팅은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Superposition)’ 특성을 이용한 큐비트(Qubit, Quantum과 bit의 합성어) 단위로 정보를 처리한다.
양자컴퓨팅은 중첩 이외에도 두 큐비트가 상태를 공유하는 ‘얽힘(Entanglement)’ 현상 등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상태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 수 천 년이 걸리는 복잡한 연산을 단 몇 분에 처리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양자컴퓨팅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후 모델링, 금융 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크게 양자 하드웨어(양자컴퓨팅) 부분과 소프트웨어(클라우드 환경) 부분으로 나뉜다. KRISS는 성균관대학교·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업해 20큐비트 규모의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을 KRISS 연구실에 구축했다. 이를 외부 사용자가 원격으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전용 서버를 개설해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환경’을 구현했다.
외부 사용자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클라우드 환경에 접속하고 각자의 목적에 맞는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한다. 설계한 알고리즘을 양자컴퓨팅으로 전송하면 양자 프로세서에서 양자 회로가 실행되고 큐비트 간 상호작용을 통해 연산이 이뤄진다. 연산이 완료되면 측정오류를 교정하는 후처리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가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방식이다.
현재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환경에는 최대 50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다만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연산은 1회당 1개만 수행할 수 있어, 사용자가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양자컴퓨팅에 전송한 순으로 차례대로 수행된다.
이번 시스템은 전용 설비가 갖춰진 실험실에서, 소수 인원만 사용이 가능하던 양자컴퓨팅의 접근성을 크게 높여 양자컴퓨팅 상용화의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기존 기술적·비용적 한계로 양자컴퓨팅을 이용하지 못했던 기업체와 연구자들이 원격으로 양자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여러 산업·연구 분야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클라우드를 올해 하반기 국내 양자 기술 분야 연구진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향후 2026년까지 양자컴퓨팅 시스템 규모를 50큐비트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호 KRISS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양자컴퓨팅 시스템 클라우드는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 중 하나”라며 “향후 국내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 우리나라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