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뉴스 25=백지나 기자] 채무 관련 민사소송에서 적용되는 법정이율을 정한 법률 조항들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0일 민법 379조, 상법 54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3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의견 7대 1로 합헌 결정했다.
심판대상이 된 법률 조항은 민법과 상법,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이율에 관한 부분이다. 민법 제379조는 이자 있는 채권의 이율은 약정이 없으면 연 5%, 상법 제54조는 상행위로 인한 채무 법정이율을 연 6%로 규정하고 있다.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은 금전 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산정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연 40% 이내 범위에서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요건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르도록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채무자가 이행 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
헌재는 이같은 내용의 법정이율 규정 조항들이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미 민법 제379조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선례가 있으며, 이 선례가 지금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상법 제54조에도 이 선례의 이유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소송 지연과 상소권 남용을 막고 사실심 판결 선고 후 채무의 신속한 이행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도 갖췄다"고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연 40% 이내'에서 이율을 정하도록 해 상한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이율을 정할 때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명시하고 있다"며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법 제3조 제2항도 의미가 명확하고, 사안별로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장기간 유지된 고정 법정이율은 시장 금리와 괴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고 경제 변화에도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경제 상황이나 금융시장의 금리변동에 따라 주기적으로 법정이율을 조정하는 방식인 법정이율 변동제를 도입하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경제적 형평성을 높일 수 있고, 채무자의 재산권도 덜 제한되는데도 법정이율 고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법 제379조와 상법 제54조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민사소송의 피고들로 부당이득금 및 지연손해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은 A 씨 등은 법정이율을 정하고 있는 법 조항들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